나에겐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아주 비밀스러운 취향이 있는데,
그건 바로 '수달'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내뱉고 나니 더 변태같아지는데 나는 정말정말 수달을 좋아한다.
예전에 서울대공원에 처음 갔을 때, 수달의 자태에 반한 나머지 반년에 한번씩은 수달님을 영접하러 갔는데, 수달이 없어져서 슬펐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수달의 흔적이라도 느껴보려 서울대공원을 재방문 했을 때, 천연기념물로 새롭게 지정된 수달이 자기 전용의 '수달사'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마치 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듯냥 기뻤다.

몇년동안 수달을 보러가지 못했는데, 이번 봄, 어쩐지 더이상 수달에 대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어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떠났다. (대공원 포스팅은 나중에 시간이 나면 천천히 해야지.)


이곳이 내가 동물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수달사'이다. 수달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에 자기 전용의 집을 갖게 되었다.


수달사 앞에 있는 키재기판. 예전에 전 남자친구랑 방문했을 때, 저 키재기로 무려 2m에 육박하는 그 아이를 보고 식겁했었다. 앞팔을 나란히 내밀고 있는 수달님들을 보니 사랑스러움이 새록새록.


몇분을 삽질한 끝에, 만족할만한 수달사진을 얻었다. 구도와 표정, 다 너무 좋다. 역시 수달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저 날카로운 눈과 야무진 수염. 꼭 다문 입매에서 수달님의 카리스마가 숑숑 뿜어져나온다.


수달님의 이웃, 렛서팬더도 꽤 인기를 얻고 있더라. 창문의 얼룩때문에 사진이..사진이..


예전에 수달님이 성악하는 포즈로 안내하던 큰물새장의 표지판이, 바뀌어있었다.
그렇지만 "큰~물~새~장!!"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한 컷 찍어보았다.
큰물새들에 대해 특별한 애정은 없다.


동물원의 하이라이트는, 동물원 정문으로 나갈 때 볼 수 있다.
곳곳에 세워졌던 수달님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수달님 동상만은 여전했다.
조심히 잘 가라고. 나를 보러와주어 고맙다고. 또 나를 잊지말고 찾아오라고 하시는 수달님의 저 손바닥. 지금 사진을 보니, 다시 가서 뺨을 부비대고 싶다.

수달님에게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또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수달님을 찾아가야지.

그렇다, 나는 수덕후-수달덕후-이다.

신고

'after serive > pla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  (0) 2009.05.16
꿈이야기  (0) 2009.05.06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취향  (0) 2009.04.13
무제  (0) 2009.04.07
my spot - (0,0,0,0)  (0) 2009.04.04
벌써 삼년  (0) 2009.01.25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